세상창고

고려 후기, 원나라의 간섭과 무신정권의 몰락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지키려 했던 승려이자 역사학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일연(一然, 1206~1289)이다. 일연은 불교를 통해 역사와 민족의 정체성을 설명하고자 했으며, 고려 시대를 살았지만, 신라를 중심으로 한 삼국 시대의 역사와 전설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려 했다. 그가 남긴 가장 중요한 저서는 《삼국유사(三國遺事)》로, 삼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고려 초기까지의 불교 전승, 설화, 민간 신앙 등을 기록하여 역사와 문화가 결합된 독창적인 사서를 남겼다. 특히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비교되며, 공식적인 역사서가 담지 못한 신화와 전설, 민간의 이야기를 포함하면서 독특한 역사관을 보여준다. 이번 글에서는 일연의 생애와 사상, 삼국유사의 편..

고려 시대는 외세의 침략과 이에 맞선 치열한 저항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거란(요)과 몽골(원)의 침입은 고려를 정치·군사적으로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고려는 단순한 군사적 대응뿐만 아니라 불교적 신앙을 통해 국난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 결과 대장경 간행 사업이 추진되었으며, 이는 후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되는 팔만대장경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대장경 간행은 단순한 경전 출판 사업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속에서 신앙을 통한 정신적 결속을 다지고자 했던 노력이었다. 당시 고려는 불교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국가적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불교를 기반으로 한 구국 운동을 전개했다. 대장경 간행 역시 그 일환으로, 불법..